2018년 10월 11일 20시, 아트원 시어터 2관.엠마: 유연. 스톤: 이휘종. 미아: 임예슬. 버나드: 최석진. 를 처음 보기 전날 (10월 4일) 이었다. 결국 아니게 되었지만 일단은 그랬다. 그 날 오전에 나는 통계에 절여졌고 오후에는 생물 (정확히는 특히 뇌) 에 절여졌다. 그래서 목요일 저녁 무렵에는 심하게 피곤해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 다음 목요일은 휴강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왜인지 모르게 관극을 하고 싶어졌다. 여기에 재 관람 할인을 받으면 표 값이 얼마나 덜 드는지 보고 나는 이 극을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보다시피 지난번과 전혀 다른 캐스팅이다. 그래서 2주 전에 보았을 때의 배우님들과 어떻게 다른지 위주로 보았던 것 같다. 때 원작과 비교하는 느낌이기도 했는데, 한 가지 큰 차이..
2018년 10월 6일 15시, 대학로 가나의 집 열림 홀.폴: 유승현. 왓슨: 이현진. 니콜라이: 김대현. 루시: 박란주. 기욤: 오경주. - 게스트 도우미는 홍승안 배우님. 이 극의 시놉시스 첫 줄을 보았을 때 나는 도전장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거 해리성 정체감 장애잖아? 이 얘기를 한다고? 그래... 보다는 낫겠지... 너무 너무 올리고 싶어서 텀블벅 후원까지 받아 가며 자체 제작을 했다는데... 이런 생각으로 예매를 했다. 우선 이 소재와 관련된 클리셰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작품이다. 우선 폴과 다른 인격들이 서로를 소중한 친구로 아끼고 또 함께 사는 집을 지키려 노력한다. 다른 작품에서 인격들이 몸과 기억을 두고 싸움을 벌이거나 (여러 영화들) 대놓고 그러지는 않아도 일단 서로를 꽤 불쾌하게 ..
2018년 9월 28일 20시, 대학로 아트원 시어터 2관.엠마: 정연. 스톤: 고상호. 미아: 박지은. 버나드: 이상운. 이 극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사전 정보는 친구 ( 리뷰에서 이야기 한 그 친구) 가 ‘노년 여성 성장물’ 이라고 알려 준 게 다였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 극의 내용에 대해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아서 극장에 갈 때까지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이게 정말로 ‘성장’ 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엠마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의 정체에 대한 해석이 조금은 열려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버나드가 로봇이어도 말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밝은 편에 속하는 초반 분위기도 좋았다. 넘버는 건드려야 할 게 제법 되므로 ‘영화 이야기’ 와 ‘신기한 일이지’ 넘버가 마음에 ..
아름다운 것 앞에서 눈을 감을 수는 있다. 달콤한 멜로디나 유혹의 말에도 귀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 감각적인 묘사를 해 보라고 한다면 오감 중 시각이 가장 쉽다. 그 다음은 ‘음악을 제외한’ 청각이고 나머지는 비슷비슷하게 어렵다 (음악은 논외로 하자 - 그게 가장 어렵다). 그래도 미각은 다른 둘보다 쉽다. 먹는다는 것은 음식의 질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는 것을 포함하니까. 촉각도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가능하다. 그런데 후각은 도대체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모를 노릇이다. 코로 숨을 들이쉬었는데 어떤 냄새가 나는 것은 매우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써 보라고 하면 ‘어떡하라고?’ 하게 된다. 아마 이렇기에..
*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8년 8월 25일 15시, 대명 문화 공장 1관 비발디 파크 홀. 나미야 유지: 최진석. 아츠야: 홍우진 (* 로렐라이 역). 코헤이: 김지휘. 쇼타: 강승호. 료코 외: 한세라. 카츠로 외: 김정환. 세리 외: 전성민. 아키코 외: 배명숙. 카츠로 아버지 외: 신창주. 타카유키 외: 김진. * 원작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 나는 이 극의 원작을 매우 좋아한다. 다른 모든 이유를 제쳐 두고 오로지 구성 하나 때문에라도 그 소설은 명작 반열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원작과 이 극을 비교하면서 보게 되었고, 이 극은 원작에 상당히 충실했다. 일단 현재의 배경을 2018년으로 한 뒤에 1챕터와 4챕터를 통째로 날리고..
발달 심리학 교수님이 쓰는 수업 자료가 죄다 영어로 되어 있다. 교수님이 오리엔테이션 때 이유를 설명하셨는데, 첫째는 번역어가 책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고 둘째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 싶어서라고 하셨다. 여기까지 듣고 나서 이번 학기 교재를 읽어 보니 정말로 좀 다른 용어가 있었다. 예를 들면 ‘강화물 (reinforcer)’ 이 ‘강화인’ 이라고 나온다거나 ‘근접 발달 영역 (zone of proximal development)’ 이 ‘근접 발달 지대’ 라고 나온다거나. 후자는 그렇다 치는데 도대체 전자는 뭐야? 조작적 조건화가 행동과 그 결과를 연합하는 것이니 인과 관계 비슷한 요소가 있음을 이런 식으로 나타내는 거야? 이것 말고도 생물 심리학 교재에서는 내가 ‘뇌교 (pons)’ 나 ‘교뇌’ ..
2018년 3월 15일 20시, 세종 문화 회관 M 시어터.안나: 유리아. 브라운: 박은석. 로렐라이: 홍우진. 도로시, 바이올렛: 김국희. 존슨: 원종환. 코렐 외: 정다희. 줄리아 외: 허순미. 메리 외: 이다정. 앤디 외: 윤정열. 잭 외: 안창용. 헨리 외: 김승용. 앙상블: 김상균, 황두현, 김우석. 영상이나 낭독이 아닌 정말 공연을 보러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조금 기대를 많이 했었고 이 극은 충분히, 아니 정말 좋았다. 이 글에서는 주체적인 여성의 서사를 갈망해 오던 이들의 열광과 좀 거리를 두고 싶다... 사실 내가 여성 서사라는 이유만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맥락을 제외하고도 이 극이 훌륭한 극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
2018년 7월 7일 15시, 국립 중앙 박물관 극장 용.라흐마니노프: 박유덕. 니콜라이 달: 김경수. 피아노 - 이범재. 제 1 바이올린 - 박현우, 남승혁. 제 2 바이올린 - 정연태. 제 3 바이올린 - 신우근. 비올라 - 홍진화, 임기량. 첼로 - 유승범. 더블 베이스 - 김성종. 반 정도는 시놉시스만 보고 ‘이건 꼭 봐야 해!’ 하며 예매한 극이었다. 내가 가장 오래 좋아한 것을 두 가지만 고르라면 하나가 클래식 음악이고 또 하나가 심리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가 다 나오는 극이라니,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 궁금했다. 또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진득하게 듣는다’ 라는 시도를 몇 년째 실패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건 꽤 괜찮은 기회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이유로 보러 간다고 했더니 친구가 나..
2018년 9월 13일 19시, 성신 여자 대학교 돈암 수정 캠퍼스 학생 회관 1층 소극장.홀트 간수장: 권소희. 제임스 다이크: 유주영. 조세핀 페리스: 이해린. 데이지 수녀: 안다빈. 이 극을 보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조세핀 역 배우님이 내 친구라서, 둘째 ‘젠더 프리 캐스팅’ 이란 게 어떤 것인지 느껴 보고 싶어서. 결과적으로 내가 극을 보는 태도가 특별히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캐릭터가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위치라든가 성격이라든가 같은 데에 집중하는 편이라 그런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몇 시간 있으면 죽을 사형수인 ‘제임스 다이크’ 와 간수장과 수녀, 세 사람이 간수장의 방에 모인다. 간수장과 수녀는 이름조차 거짓이고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이 기묘한 살인범의 ..
* 이 글은 쓴 사람 (루나) 의 자캐들이 등장하지만 뮤지컬 의 작중 설정을 아주 살짝 가져다 썼습니다. ... 죽는다는 것은 잠든다는 것, 잠드는 것은 아마도 꿈 꾸는 것, 아아, 바로 그것이 문제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중. 그는 죽음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에게는 죽음을 생각하느니 점심 식사를 하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나았다. 아니면 저녁 식사에 반주를 곁들이느냐 마느냐, 마신다면 무엇으로 하느냐 같은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라든가. 언제부턴가 잠과 꿈과 죽음 사이의 어떤 유사점이 느껴지면서 아지랑이처럼 두려움이 피어 오르고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순간에 불과했다. 말이 나왔으니 그가 잠결에 보았던 꿈들 의 수를 모두 헤아려 표로 만든다 치자. 그러면 그리 많지 않다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