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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 앞에서 눈을 감을 수는 있다. 달콤한 멜로디나 유혹의 말에도 귀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감각적인 묘사를 해 보라고 한다면 오감 중 시각이 가장 쉽다. 그 다음은 음악을 제외한청각이고 나머지는 비슷비슷하게 어렵다 (음악은 논외로 하자 - 그게 가장 어렵다). 그래도 미각은 다른 둘보다 쉽다. 먹는다는 것은 음식의 질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는 것을 포함하니까. 촉각도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가능하다. 그런데 후각은 도대체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모를 노릇이다. 코로 숨을 들이쉬었는데 어떤 냄새가 나는 것은 매우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써 보라고 하면 어떡하라고?’ 하게 된다.

아마 이렇기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벌인 사건들을 사람들이 잊으려 하지 않았다 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가 향수 장인이 되었다 해도 그가 이름을 남겼을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다. 이 소설 맨 앞에서 말했듯이 냄새는 역사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니까. 그건 그렇고 그가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이라고 하는 것은 범죄 미화임을 분명하게 해 두겠다. 그가 불행한 삶을 살긴 했지만 모든 불행한 사람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건 아니지 않은가


2018년 3월 11일,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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