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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3일 19시, 성신 여자 대학교 돈암 수정 캠퍼스 학생 회관 1층 소극장.
홀트 간수장: 권소희.
제임스 다이크: 유주영.
조세핀 페리스: 이해린.
데이지 수녀: 안다빈.
이 극을 보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조세핀 역 배우님이 내 친구라서, 둘째 ‘젠더 프리 캐스팅’ 이란 게 어떤 것인지 느껴 보고 싶어서. 결과적으로 내가 극을 보는 태도가 특별히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캐릭터가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위치라든가 성격이라든가 같은 데에 집중하는 편이라 그런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몇 시간 있으면 죽을 사형수인 ‘제임스 다이크’ 와 간수장과 수녀, 세 사람이 간수장의 방에 모인다. 간수장과 수녀는 이름조차 거짓이고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이 기묘한 살인범의 정체를 알고자 하나 그는 입을 열지 않는다. 이러던 중 자신이 제임스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여성 ‘조세핀’ 이 찾아왔고, 그는 간수장의 허락을 받아 제임스와 단둘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조세핀은 끈질기게 자기 오빠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설명하고 둘이 함께 인용하던 <로미오와 줄리엣> 의 구절까지 꺼내 가며 제임스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돌아오는 답은 부정 뿐이다.
그러던 중 조세핀의 오빠 이름이 ‘조지프 앤서니 페리스’ 라는 말을 듣자 제임스의 태도가 바뀐다. 그는 조세핀에게 그의 오빠가 전사했노라고 답한 뒤, 자신이 감옥에서 글을 써서 번 2천 5백 달러를 그대로 전하고 방문객을 돌려 보낸다. 그리고 조세핀의 뒷모습을 보며 ‘굿 나잇, 굿 나잇, 이별이란 이토록 달콤하고도 슬픈 것, / 아침이 될 때까지 ‘굿 나잇’ 할 수도 있겠어요’ 라는 대사의 바로 뒷부분을 읊는다. 잠시 후 형장으로 향하며 제임스는 (역시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대사인) ‘용자는 오직 한 번 죽는 법’ 이라고 외친다. 이렇게 극이 끝난다.
논하고자 하는 것 자체는 <최후진술> 과 꽤 비슷하다. 죽음 앞에 놓인 인간, 그리고 진실. 다만 그 주제를 풀어 나가는 방향이 다르고 결론도 거의 정반대다. 먼저 이 극은 웃음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래서 제임스 다이크가 정말 조세핀의 오빠냐’ 라고 묻는다면 극 중에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 아, 그래도 조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최후진술> 의 진실은 엄밀히 말하면 진리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그것을 말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극의 진실은 조세핀과 그의 어머니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아들이 그냥 죽었다는 사실도 이미 충분히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 죽음이 죄를 저지른 대가라면 더더욱 그러한 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에서야 제임스는 조세핀의 인용을 혹시 들릴세라 나지막하게 되받는다. 즉 ‘용자는 오직 한 번 죽는 법’ 은 엄밀히 말해 죽음의 공포와 그 외의 온갖 감정들을 억누르기 위한 외침인 셈이다. 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을 제외하면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러므로 나는 제임스를 거짓말 한 것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간수장이 왼손잡이 캐릭터다. 이번에는 라이터를 왼손으로 켜고 (본인이 담배를 한 번 피우고 나중에는 제임스에게 불을 빌려 준다) 깃펜을 왼손으로 쓴다. 또 포토 타임에 들은 이야기인데, 원래 텍스트에서는 간수장이 남성 캐릭터지만 이 공연에서는 여성이라고 한다 (출처는 조세핀 역 배우님이다). 어차피 라스트 네임만 나와서 나도 그의 성별에 관심을 안 가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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