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8년 8월 25일 19시, 드림 아트 센터 1관.유진 킴: 이건명. 싱클레어 고든: 김경수 (* 니콜라이 달 역). 조안 시니어: 김수연. 피아노 - 강수영. 나는 분명히 커튼 콜 때 기립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건 모두 배우님들께 보내는 박수였다. 정말이지 텍스트 자체는 너무 끔찍했다. 트리거 워닝을 덕지덕지 붙여야 마땅한 작품을 이런 식으로 올리다니 이게 제대로 된 양심이 있는 창작자가 할 짓인가 싶었다. 게다가 결말이 그딴 식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미안하다. 여기서는 스포일러를 안 하기로 했는데 방금 좀 위험했다. 지인 분께 어떤 트리거 요소가 있는지를 미리 듣고 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서 극장에 들어가서는 어떤 감정..
2018년 1월 17일 16시, 미아리 고개 예술 극장.해설자: 서진. 한용운: 장대식. 이태준: 김재협. 전형필, 다른 목수: 류영현. 이순황, 젊은 목수 1: 김선용. 오세창, 젊은 목수 2: 이후징. 대목수: 김정민.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무료 낭독 공연 안내를 읽고 바로 신청했다. 예약이 접수된 건 주최 측에서 이틀 뒤에 문자로 알려 주었다. 수능을 두 번 보는 동안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그 동안 문학 참고서에 간간이 나오던 이태준의 작품을 읽은 건 나름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 연극 - 을 보기로 한 것이다. 낭독 공연이라는 것이 감상에 장애 요소가 되지는 않았다. 배우 분들이 앉은 채 대사를 말하면서 자잘하게 연기를 하셨다 (중간에 일어서서 해야 하는 장면은 물론 서서 했다)...
남성만 골라 죽이는 여성 연쇄 살인범과 천재 여성 형사의 대결 구도가 보고 싶다는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곱씹어 생각할수록 그들이 좀 부러워졌다. ‘그런 거에서?’ 싶겠지만 지금 나는 진지하다. 범죄나 범죄 수사를 다루는 작품들에서 피해자의 존재와 고통은 지워지게 마련이다. 언제나 범죄자와 형사, 그리고 그들의 대결만이 조명된다. 피해자의 고통이 등장하더라도 대체로 그가 사적 제재를 택하게 하는 하나의 동기가 될 따름이다. 내가 그런 이야기에서 쾌감을 느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나와 학교 폭력 생존자인 내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 - 부끄럽게도 얼마 안 된 일이지만 - 폭력을 다루는 작품들이 조금 불편..
요 몇 달 들어 남이 쓴 글을 읽을 때면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든다. 좋은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기쁘고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맛이 쫄깃하다 (묘사가 좋다 싶으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나 자신이다. 나는 잘 짜인 것들 - 만듦새가 좋은 이야기나 음악이라든가 뭐 그런 거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그런데 이제는 그 글이 좋은 동시에 내가 쓰는 글에는 절대 영향이 없기를 바라게 된다. 어떤 글을 읽었든 상관 없이 내 글이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내 것으로 남았으면 좋겠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 말하자면...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나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겠다. 일단은 꽤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상담 심리사를 지망하는 심리학도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만약에 그..
찬장과 지갑이 동시에 비는 것 만큼 난감한 일도 또 없다. 그것은 위장이 비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난감한 일이 끔찍한 일의 전조라고 하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찬장과 지갑이 비는 것은 물리적으로 나와 무관한 일이지만 위장이 비는 것은 나 자신의 일부가 비는 일이니까. 혼자 살게 된 지 어느덧 1년, 지금의 유니스 도메니카 크로체타가 바로 이런 상태였다. 대학생이 많이 찾아오는 큰 카페는 시험 기간만 되면 미칠 듯이 바빠졌고 고용주라는 인간은 며칠 동안 초과 노동을 시킨 주제에 임금도 안 주고 버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유니스는 퇴근하는 길에 식료품점을 들를 시간도 돈도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지금의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오블리비아테’ 를 써서 임금을 두 번 받아 버리고 싶을 정도였..
(초판) - 지금은 비공개로 돌려 놨다. 실제 인쇄된 것을 보고서야 내가 어마어마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는 이 글의 초점 되시는 ‘청년’ 에 대한 긴 묘사 두 번에 그 출처를 주석으로 달아 놨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게 스포일러였다. 이 글 초반의 포인트는 읽는 사람이 전문의 30퍼센트 가까이 읽어서야 ‘청년’ 의 정체를 알 수 있다는 것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너무 심하게 유명해서이다) 그래서 티스토리에 올릴 때는 그것을 포함해 각주 몇 개를 후기 뒤로 보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런 걸 인쇄까지 할 생각을 했지?’ 싶을 정도의 글이기는 하다. 문장 호흡은 끝날 듯 안 끝나 죽죽 늘어지고 묘사는 도대체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정말 과하며 주석을 논문 쓰듯..
* 이 글은 역사 기반 2차 창작입니다.* 세부 사항과 결론은 거의 사실에 가깝지만 이 글의 내용이 정확한 사실일 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보고 과제를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잘 알려지지 않아서 과제에 쓸 만한 내용도 아니겠지만요. * BGM 추천은 다음과 같습니다. ATOS Trio: Beethoven Piano Trio op. 1 no. 3 in c-minor - live. (https://m.youtube.com/watch?v=X91udLL_iNk) * der Anfang: 독일어로 ‘시작’ 이라는 의미입니다. 제 2의 누군가가 아니라 제 1의 내가 되세요 우리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 뮤지컬 중 ‘당신의 얘기를 들려 줘요’. 바람이 부는 소리조차 청년에게는 ..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생각하고 생각하면 사소한 것들이 나오기는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다. - 초콜릿보다 생크림을 더 좋아한다. - 음료는 따뜻한 것보다 차가운 것을 더 좋아한다. -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는 대게 카페라떼나 카페모카, 망고 스무디, 녹차나 모카 프라페 중 어느 하나다. - 코트 입는 것을 좋아한다. - 목도리, 넥타이, 스카프, 크라바트처럼 목에 두르는 것들은 남이 맨 걸 ‘보는’ 게 좋다. - 뭔가를 쳐다볼 때 고개를 (내 기준) 우측 하단으로 기울인다.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모든 진로 및 진학 상담에서 심리학과를 지망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정말 인생이라는 서사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합격을 해야 한다. - 성적 지향을 탐색하고..
먼저 이하의 모든 내용은 클래식 음악에 한정되며 나는 공감각자가 아니고 이것은 대체적인 경향일 뿐임을 밝히겠다. 나는 현악기 연주를 들을 때 한기를 느끼고 목관악기 연주를 들을 때 온기를 느낀다. 여기서 피아노는 현악기로 간주한다. 금관악기는 그 소리를 확실하게 들어 본 일이 별로 없어 잘 모르겠다. 그 외의 요소들도 이 ‘체감 온도’ 에 영향을 미친다. 곡이 빠르면 서늘하고 느리면 따뜻하다. 저음이든 고음이든 그 악기 음역의 끝에 가까우면 차갑고 날카로우며 중간이면 따뜻하고 부드럽다. 강한 연주는 소름 돋게 차갑고 부드러운 연주는 훈훈하게 따뜻하다. 조성의 경우는 확실치가 않다. 그런데 가 단조나 다 단조는 대체로 차갑다. 물론 가장 강한 것은 악기의 종류이다. 해석에 따라 다른 모든 게 바뀌어도 악기..
성격이란 한 개인의 독특한 행동과 사고와 감정의 패턴을 만드는, 개인 내부에 있는 심리 신체적 역동 조직이다. - 고든 올포트의 정의. 성격 심리학 첫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건진 게 정말 이거 하나밖에 없다. 교수님이 정말 딱 ‘성격이란 무엇인가’ 와 ‘이론이란 무엇인가’ 정도밖에 안 하셨기 때문이다. 물론 이 한 문장에 무엇이 내포되어 있는가를 풀어서 설명하긴 했지만. 이건 다시 말해 다음 주는 막 나갈 거라는 의미다. 사실 이 수업에서 뭔가 대단히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하기는 좀 그렇다. 원래 성격 심리학 자체가 관점이 다양하고 - 그래서 한 학기 내내 이론만 볼 예정이다 - 논의 자체는 현대 심리학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있던 분야라 이걸로 입문을 시킨다나 뭐라나. 즉 이번 학기 동안 이 과목을 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