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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

<벙커 트릴로지 (아가멤논)>

루나 in Learning 2019. 1. 1. 21:29

*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8121320,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 센터 소극장.

병사 1 - 알베르트: 이석준.

병사 2 - 요한 외: 박은석.

병사 3 - 연락병 외: 김바다.

병사 4 - 크리스틴: 정연 (*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엠마 역).

 

이미 내 리뷰에 여러 차례 나온 친한 친구가 재작년 이맘때 정도부터 이야기 하던 극이다. 1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데 자세한 건 다 스포일러라 말 못 하겠지만 정말 대단한 이야기니까 꼭 봤으면 좋겠다면서 말이다. 언젠가 한 번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도저히 표를 구할 수가 없었는데 결국 이번에 친구가 현매를 해 주어서 3부작 중 시간 상 두 번째인 이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극은 고대 그리스 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 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알베르트 (독일 직업 군인 - 원작의 아가멤논 포지션) 와 크리스틴 (영국에서 서프러제트 운동을 하던 여성 - 원작의 클리타임네스트라 포지션)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전선 안팎에서 고통과 광기를 겪는다. 이 과정에서 영국에 있던 가족, 알베르트와의 사이에서 가진 아이까지 모두 잃은 크리스틴은 결국 영국 측의 작전에 참여하여 독일의 전쟁 영웅이 된 남편을 자기 손으로 죽이기에 이른다.

그러니까 아주 간단한 줄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실상 이 안에는 굉장히 많은 것이 들어 있다. 그래서 너무 많은 것이 생각 나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선 알베르트와 연락병은 전선에서 직접 싸움을 함으로써 전쟁의 광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준다. 알베르트가 그 광기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면 연락병은 그 광기를 철저하게 내면화하고 있다. 반면 크리스틴과 요한은 직접 싸우고 있지 않지만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겪으며 1차 세계 대전이 소위 총력전이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 사람은 여성이고 또 한 사람은 장애인이며 둘 다 이방인으로 취급되는 존재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소수자 간의 연대가 나타나기도 하고.

정말 소름 끼치는 연출이라고 생각했던 점 하나. 전선 안 이야기와 전선 밖 이야기가 따로 따로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이게 알베르트와 크리스틴이 동시에 배고파!’ 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완전히 중첩된다. 그 뒤부터는 아가멤논 작전이 시작된다. 이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먹는다는 것이 최후의 생존 조건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전선 안이고 밖이고 모두가 가장 비참한 지경으로 떨어져 버렸음을 보여 주는 지점이라고 느껴서이다.

이 점 말고도 잘 짜여서 버릴 것이 없는 단편 소설을 하나 읽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참 많았다. 실제로 소설이었다면 내가 거리낄 것 없이 좋아하고 여기 저기에 추천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연극으로서도 매우 잘 짜인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머지 두 편 - ‘모르가나맥베스도 매우 기대된다.

 

- 크리스틴의 집에 괴한이 습격해서 아기를 죽이는 장면에서 꽤 심한 신체적 반응이 올라왔다. 극이 끝난 뒤 친구가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 주면서 그 때 내가 손을 들고 나갈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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