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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8년 12월 29일 15시,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 센터 소극장.
병사 1 - 란슬롯: 이석준.
병사 2 - 아서: 오종혁.
병사 3 - 가웨인: 김바다.
병사 4 - 그웬, 모르가나: 정연. *
이 공연 또한 ‘아가멤논’ 의 표를 구해 준 친구 덕에 볼 수 있었다. 요즘은 보답 비슷한 것으로 그 친구의 티켓팅을 도와 주고 있고... 아무튼 여러 가지로 참 고마운 친구다. 여태 나랑 친구를 해 주고 있는 것부터가 그렇다. 또 샛길로 빠질 뻔 했으니 극 이야기로 돌아가자. 지난번에는 고대 그리스 비극이었고, 이번에는 아서 왕 전설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시간 상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 - 맨 앞에서 크리스마스 휴전이 언급된다 - 이고.
어릴 적부터 자신들을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이라고 생각하며 놀던 친구들이 다 함께 ‘거친 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참전을 하게 된다. 극의 시작 시점에 다른 친구들은 모두 죽었고 아서, 란슬롯, 가웨인만이 남아 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가웨인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야 할 것 - 무인 지대에 있는 여성 - 을 보고 들으며 게다가 그 여성과 점점 친해지게 된다. 나머지 두 사람은 그걸 헛소리로 치부하며 혹시 그 여자가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모르가나’ 가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 그들 또한 고향에 있는 아서의 연인 ‘그웬’ 을 생각해야 겨우 겨우 견딜 수 있는 처지이다.
‘아가멤논’ 이 전선 안팎의 상황을 통해 전쟁의 광기와 고통을 각각 나누어서 보여 준다면, ‘모르가나’ 는 관념 캐릭터인 모르가나 (그리고 그가 보이는 상황) 가 전쟁의 광기 그 자체이고 그가 만들어 낸 환상으로 도피하는 세 친구들의 상황이 전쟁으로 인한 고통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일단 모르가나가 나와 있는 장면은 다 어려웠다. 지금 모르가나가 누구의 모습인지 - 그웬인지 이름 모를 여성인지 (스포일러) 인지 생각을 해야 했으니까.
그러나 하나는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극의 결말에서 아서가 보는 모르가나는 생사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친구들의 모습일 것이다. 모르가나는 관념이니까 친구 열두 명이 되는 거야 일도 아닐 테고, 그 장면에서 아서는 친구들의 진짜 이름과 별명을 하나 하나 부르며 모르가나를 마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친구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내가 본 게 그웬이 아니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교장 선생 (‘멀린’ 이라고 불리던) 이 ‘주무시다가 아주 편안하게 뒈졌대’ 라는 대사에서 <베르나르다 알바> 의 안토니오가 문득 생각 났다. 어째서 이야기 속 비극 (멀린) 이나 인물들이 겪는 고통 (안토니오) 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자들은 대체로 아무것도 - 심지어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죗값이 얼마나 큰지조차 - 모르고 그런 과분한 결말을 맞이하는 건가 싶었다.
- 란슬롯이 모르핀을 쓰는 듯 해서 잠깐 헷갈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극을 기준으로 하면 모르가나를 처음 본 이는 원칙에 따라 절대 모르핀을 쓰지 않은 가웨인이니 그게 모르가나의 정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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