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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1일 16시, 대학로 아트원 시어터 1관.
K: 김종구.
김의신: 김도현.
윤명렬: 이용규.
입소문이 나를 극장까지 이끈 극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최후진술>). 분명히 별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적으로 소문이 돌아 버렸고 놀라우리 만치 빠르게 매진이 되어 버렸으며 늦게 예매하는 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서 K는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배우님이 아니다.
의신이 필기만 오른손으로 하는 왼손잡이 캐릭터였다! 초반에 기본적인 검사들을 하는데 청진이나 채혈을 모두 왼손으로 진행했다. 이것도 이 날 배우님의 의신만 그런 것일 테지만 2층 꼭대기 자리에서 봤는데도 너무 잘 보였다. 이렇게 되면 ‘인간이 아닌 존재’ 인 K와 ‘보편적인 인간 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인간’ 인 의신 - 이런 구도가 되는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난 지금 이 극에 대해 뭔가를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아서 여기까지만 할 것이다.
왜냐 하면 ‘스킨 딥’ - ‘나를 마셔’ 의 영상을 보고 갔는데도 그 두 넘버는... 폭력과 성이 한 장면에 합쳐졌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무대에서 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성은 그 장면에 없었을 수도 있고 없는 게 나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K와 명렬은 대사를 주고 받지 않는다. 의신만이 둘 모두와 이야기를 한다. 그냥 딱 봐도 정말 이렇게까지 말이 안 통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의사 소통이 안 되는 세 사람이긴 했지만 이 점으로 인해 그게 더 강하게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 의신이 하도 말이 적고 독선적인 편이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이게 무슨 극이길래 이렇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거지’ 하는 호기심을 푼 것에 의의를 둘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어떤 극인들 다 대놓고 까지는 않게 되겠지만...
- 가장 좋았던 넘버는 맨 앞 넘버인 ‘전설 속의 그 존재’ - 음의 분위기가 어둑어둑한 게 참 좋았다. 다른 넘버들도 다 그렇긴 했는데 특히 이 넘버가 그랬다.
- 아 그리고, 의신은 적어도 의사와 연구자가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비밀 유지는 지켰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지키려고 노력은 한 것 같다. 물론 (방법론과 연구 윤리를 전공 과목을 하나 배울 때마다 다시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 극의 후반부는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이 고통의 원인은 대부분 명렬... 아니 이토 키요시가 한 일들이었으니까.
- K의 상황들을 주요 우울 장애의 은유로 해석한 사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일단 미뤄 두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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