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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9년 10월 5일 19시, TOM 1관.
김우진: 주민진. *
윤심덕: 최연우.
사내: 정민. *
‘결말’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찌 보면 이 극의 결말은 세 캐릭터 모두에게 정말 아이러니한 것 같다. 먼저 김우진과 윤심덕은 사내의 대본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잘 생각해 보면 그 ‘새로운 세상’ 이라는 것은 결국 ‘이 세상엔 없는 곳’ 이다. 사내의 경우는 순서가 반대인데, 그는 두 사람의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이 대본으로 쓴 그 결말을 구현하는 데 실패한다. 허나 김우진과 윤심덕의 이야기는 ‘사의 찬미’ 라는 곡과 함께 사람들의 입에 계속 오르내리게 되었고 마침내 이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 어쩌면 이것 마저 그의 의도일지도 모르고.
어느 누구도 목적을 이루지 못한 동시에 모두가 목적을 이루기는 한 역설이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정말 완벽하고도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 어찌 되었을지 - 김우진과 윤심덕이 간 새로운 세상이 과연 어디일 것이며 사내가 이 결말을 어찌 생각할 것인지 - 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
오히려 나는 좀 다르게 봤는데, 결말 외의 요소들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극이 내 기준에서 정말 좋았던 이유는 음악의 구성이나 분위기 등의 언어가 아닌 요소들이 몰입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대본을 도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지만, 나는 끝보다도 그런 부분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러한 세부적인 부분이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 또한 창작자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정말로 딱 궁금증만 풀고 싶었던 것을 어쩌다가 이렇게 많이 보게 된 건지 정말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던 것 같다. 음악이 이야기에 힘을 실어 주고 이야기가 음악에 힘을 실어 준다는 느낌이 정말 대놓고 들었다는 점에서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잊기 어려울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이 극은 충분히 괜찮았다.
- 윤심덕 역은 이 날로 전 캐스트를 봤다.
- 마지막 넘버에서 김우진이 다시 쓴 결말에 사내가 불을 붙이고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이 날 따라 불이 유난히 활활 탔다. 혹시 그게 바로 김우진과 윤심덕의 ‘라이프 포스’ 인가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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