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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회전 극

<사의 찬미> (4회차)

루나 in Learning 2019. 11. 7. 00:53

*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992716, TOM 1.

김우진: 정동화. *

윤심덕: 안유진.

사내: 김재범.

 

보면 볼수록 넘버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은데 특히 날개가 찢긴 한 마리 물새가 너무 좋다. 세 사람이 다 함께 부르는 후렴 부분의 그 붕 뜨는 것 같은 음이 귀를 꽉 채워 주는 게 자그마치 황홀하기까지 하다. 어쩌다가 넘버에 이렇게 진심이 된 걸까... 이러면 다음 시즌도 또 봐야 되는데...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내가 뭔가를 미처 생각해 내지 못 했다는 것을 알려 준 공연이었다. 시대의 분위기는 그 시대 사람들을 짓누르기도 하지만 파고들거나 스며들기도 한다는 점 말이다. 이 날의 사내는 정말 잘 스며드는 존재였다 (물리적 의미의 실체가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김우진과 윤심덕을 만나게 한 뒤 스리슬쩍 그 사이에 끼어들어 그들을 - 적어도 김우진은 확실하게 - 비관에 빠트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사내는 잘 생각해 보면무서운 사내인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나 자신에 빗대 생각하니 더 이해가 잘 되었다. 워낙 잘 지치는 편이다 보니 비관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 그만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게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라는 건 분명히 알고 있지만 일단 그렇다. 어느 순간 스며드는 생각이라 일부러 참기도 쉽지 않다. 이 배우님의 사내는 그런 부분과 꽤 닮아 있는 것 같다.

한편 이 날의 윤심덕은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배우님의 목소리가 극에서 축음기로 트는 실제 윤심덕의 목소리 (일단 그렇다고 치자) 와 가장 비슷해서 몰입도 쉬웠던 것 같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좋았다. 그랬는데 저 바다에 쓴다넘버 직후에 약을 구해 들어오면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니 마냥 강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좋아진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을 좋아한다. 이 극의 경우라면 애초에 선구자 같은 건 될 생각도 없었고 그냥 한 여자 - 즉 한 개인이고 싶었던 그런 윤심덕 말이다.

 

- 이 쯤 되면 김우진한테 살짝 미안해질 정도로 관심을 안 가지는 것 같은데, 막 엄청 싫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면서 굳이 파고들 생각이 들지 않다 보니 정말 애매한 캐릭터이기는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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