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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본성 대 양육’ 은 정말 끝도 없이 나온다. 이 분야를 공부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주제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한 거 같다. 그리고 어느 하나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결론 났다면서 왜 ‘Nature versus Nurture’ 인 걸까? 이해할 수가 없다.
사실 용어 이야기를 하자면 이해 안 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뉴런의 신호 전달에서는 활동 전위가 ‘실무율’ 을 따른다. 자극이 한 번 역치를 넘기면 그 과정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영어로 ‘All-or-none’ 이다.
그리고 두 가지 이상의 변인을 독립적으로 바꾸어 가며 예측 변인의 조합을 만드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이걸 ‘중다 요인 연구’ 라고 하는데 여기서 ‘중다’ 는 영어로 ‘multi’ 이다. 또 실험법에서는 연구 대상자들을 ‘무선 할당’ 함으로써 변인 통제를 한다. 이게 제일 어이가 없다. 왜냐 하면 여기서 ‘무선’ 은 영어로 ‘random’ 이기 때문이다 (‘wireless’ 가 아니다!). 도대체 번역이 왜 이 따위인 거야? 원소 기호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도 ‘나트륨’ 이 ‘소듐’ 이고 ‘칼륨’ 이 ‘포타슘’ 인 것도 있다. 이건 내 분야가 아니기도 하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하기도 싫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은 정말 바뀌어야 할 이유가 충분해서 바뀐 것들이다. 예를 들면 ‘정신 분열증’ 이 ‘조현병’ 으로 바뀌고 ‘간질’ 이 ‘뇌전증’ 으로 바뀐 것 말이다. 교수님들은 이전 용어로 공부하셔서인지 섞어 쓰시는 편이다. 나는 이전 용어로 처음 알았지만 의식적으로 요즘 용어들을 쓰려 하고 있다. 질병을 욕이나 비하 표현으로 쓰는 인간들 때문에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긴 해도 반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쓰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조현병’ 이라고 하면 이게 무슨 의미에서 나온 것인지 알기가 좀 어렵다. ‘뇌전증’ 은 꽤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심리학 개론 ‘심리 장애’ 파트를 배운 김에 마지막 문단에 덧붙여 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모든 ‘분열’ 이 ‘조현’ 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분열성 성격 장애’ 와 ‘분열형 성격 장애’ 도 각각 ‘조현성 성격 장애’ 와 ‘조현형 성격 장애’ 로 바뀌었다. 영어로는 조현병이 ‘Schizophrenia’, 조현성 성격 장애는 ‘Schizoid’, 조현형 성격 장애가 ‘Schizotypal’ 이다 (Personality disorder 는 생략). 어원은 ‘schizo’ 와 ‘phren’ 즉 ‘깨짐’ 과 ‘정신’ 의 합성어라고 한다. 그래서 ‘정신 분열증’ 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알았는데 ‘조현병’ 은 ‘현악기 줄을 고르다, 조율하다’ 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 병의 원인 중 하나가 뇌 신경 구조의 이상이고 여기서 ‘조율이 잘 되지 않은 현악기’ 가 연상되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연상을 하면 저런 용어가 나오는 걸까? 직관적인 이해가 안 되어서 난감했다.
한편 ‘뇌전증’ 은 따져 보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잘 바꾼 말이었다. 이 병은 뇌 신경의 전기 신호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신호가 나오지 말아야 할 때’ 신호가 나오는 것이 원인이다. 그런데 ‘뇌전’ 은 의역하면 ‘뇌 속의 전기 신호’ 이다. 즉 바뀐 이름이 오히려 증상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2018년 3월 22일, 2018년 6월 12일,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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