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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9년 5월 19일 18시, 드림 아트 센터 1관.

루트비히: 테이.

청년: 이용규 (* <배니싱> 윤명렬 역).

마리: 김소향 (* <마리 퀴리> 타이틀 롤).

발터 외: 차성제.

피아니스트: 강수영. *

 

한 달 넘게 고민하다가 바로 전날에 예매했다 (이러면 표를 취소할 수도 없으니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초연 때 못 봤던 마리 역 배우님을 정말 딱 한 번만 보고 싶어서였다. 인간적이고 감정이 풍부하며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잃고 싶어 하지 않아 하던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박사님이 너무 인상 깊어서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2층 자리였으니 심리적 거리감을 만들기도 편할 테고 - 아무튼 계획 자체는 정말 완벽했다. 마리 역 배우님만 신경 쓰느라 내가 지금 전혀 다른 캐스트를 본다는 생각을 못 했고 그로 인해 실제로 관극을 하면서 말도 안 되게 많이 놀라 버렸지만...

그러니 정신을 차리고 우선 마리부터 이야기 하겠다. 이 날의 마리는 정말 많이 슬픈 사람이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아 맞다, 극 중에서 명시된 것만 세도 사별을 두 번 하는 캐릭터지...’ 였으니 말 다 했다. 화를 내거나 원망을 하고 있는데도 그걸 들춰 보는 순간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슬픔이 그 안에 가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마리는 세상과 맞서 싸우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게 거의 확실했다. 그러지 않을 수만 있었다면 절대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슬펐다.

또 이 극이 이렇게까지 슬플 수도 있으며 이 극의 장년 루트비히를 안타까워 하는 게 가능한 일이라는 걸 이 날에서야 알았다. 그 동안은 내가 일부러 그러지 않으려 했고 그건 꽤 쉬운 일이었다. 그러므로 이 날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려 했다. 그러나 완벽하게 실패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날의 베토벤은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있지만 특히 장년 베토벤은 더더욱) 내가 기록으로 봐서 알고 작품을 들으며 느껴 온 그 실제 인물과 상당히 거리가 멀었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실제 인물을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을 정도로 호의적인 해석이었다고만 말해 두겠다. 카를은 여태 이 극을 보면서 극과 무관하게 내가 실제 인물에 대해 가진 이미지와 가장 가까웠던 것 같다. 그리고 두 사람 다 자세하게 말하기 참 어려우니 이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고민을 엄청 많이 한 것에 비하면 정말 마음에 드는 회차였고 이 쯤 되면 내 고민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 번으로 끝내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까지 번복해 버리고 싶었다. 그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는 말이다.

 

- (비록 시즌이 다르지만) 마리 역은 이 날로 초연 전 캐스트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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