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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314, 대학로 JTN 아트 홀 1.

루트비히: 이주광.

청년: 박준휘.

마리: 김지유.

발터 외: 함희수.

피아니스트: 강수영. *

 

원래는 16일 밤 공연을 (지난번의 지연 보상으로) 예약해 뒀다. 그런데 이틀 전에 갑자기 독감에 걸리는 바람에 문자를 보내서 취소해야 했다. 실제 베토벤의 생일도 챙기고 싶고 다른 배우님의 마리도 보고 싶고 해서 시험 전 주고 뭐고 꼭 갈 생각이었는데... 게다가 이제는 장년 루트비히 역 배우님을 고정한 채로 그 다른 배우님의 마리 슈라더를 볼 수가 없다... 그저 눈물이 난다.

지난번까지 본 것과 많이 다른 극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마리의 감정이 정말 폭발적이었다. 슬픔과 화가 흘러 넘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청년 루트비히도 그랬다. 일단 자존심이 세고 성격도 솔직히 말해 좋다고는 못 하겠어서 (다른 배우님들의 경우 그 정도는 아니었다) 흔히 알려져 있는 베토벤의 그 이미지와 가장 가까웠다. 폭풍 - 템페스트 소나타는 명함 못 내밀 수준의 - 처럼 강한 데다 대사 진행도 빨라서 이 페어로 처음 봤다면 좀 많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하의 이유로 인해 한 번쯤은 봤다는 게 다행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 날 페어의 포인트는 앞부분이 아니라 뒷부분 - 개인적으로 카를 파트라고 부르는 - 이었다. 그 동안은 원래 이 이야기 하려는 극인 거 알면서도 마리가 나오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뒷부분을 영 집중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회피일지도 모르고), 오늘 마침내 카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아니면 직면할 수) 있었다. 사실 난 이 이야기를 일부러 안 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힘든 부분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랬는데 이 극이 나와 버린 것이다... 분명히 말해 두겠다. 나는 실존 인물 베토벤이든 이 극의 장년 루트비히든 그가 자기 조카한테 한 것들은 명확하게 가정 폭력의 범주에 들어가며 그 자신부터가 가정 폭력 생존자이기에 더더욱 나쁘다고 생각한다. 또 이 극에서야 다소 시간 선이 압축되긴 했지만 카를이 (대형 스포일러) 를 하는데 미발표 곡으로 설정되어 있는 그게 나오는 건 고증 오류다.

, 그리고 카를 파트 말고도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데가 있었는데 - 법관들이 왜 그런 판결을 했는지 (이 날 배우님의 청년이라면 엿 좀 먹어 보라는 의미로 했을 수도 있다. 진짜 그 정도로 성격이 안 좋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잖아라는 대사는 대체 왜 나오는 건지 (‘들리지 않는 귀를 붙들고 들리지 않는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난 연주회장으로 향했네.' 장년 루트비히가 청년과 동일인임을 까먹었던 모양이다), 도대체 마리 슈라더는 왜 도미니카 수녀가 되었는지 (‘내 꿈이 지금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 꿈이 또 누군가의 꿈이 되고 또 누군가의 꿈이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 이 부분도 웬만한 건 다 해결했다. 이제 앞부분에서 장년 루트비히의 생사 여부라든가 커튼 콜 해석 같은 더 큰 문제가 남았다. 이 부분은 요즘 들어 확실해지려는 것 같은데 아직도 영 감이 안 잡힌다. 일단 아직 남은 회차가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한다.

 

- 청년 역은 이 날로 전 캐스팅을 봤다.

- 극을 곱씹을수록 크로이처 소나타 1악장이 생각 난다. 이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 극을 보기 전에 커피를 자제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오랜만에 지인 분을 잠깐 만나느라 아이스 아인슈페너를 한 잔 마셨더니 (대형 스포일러) 장면에서 (원래도 최대 불호 포인트였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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