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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9년 11월 17일 18시, 유니플렉스 1관.
한영범: 조성윤.
류순호: 정욱진 (*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
리창섭: 홍우진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아츠야 역).
신석구: 안지환.
조동현: 조풍래 (* <마리 퀴리> 루벤 역).
변주화: 진태화.
여신: 최연우 (* <사의 찬미> 윤심덕 역).
경우에 따라서는 배경이나 설정에 대한 설명만 들었을 때 그러한 장르나 전개가 나올 수 있는지 의문스러운 작품들이 있다. 이 극 또한 그런 경우였다 - 6.25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내용이 감상하는 입장에서 슬프고 고통스럽기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무척 믿을 만 한 친구 분의 강한 추천도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예매를 했다.
6.25 전쟁 중 인민군 네 사람과 국군 두 사람이 무인도에 표류한다. 그들은 죽지 않기 위해 점점 인간성을 잃어 가고 그렇게 험악한 나날이 이어진다. 그러던 중 한영범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악몽에 시달리는 (그리고 이들 중 유일하게 배를 고칠 수 있는) 류순호를 달래기 위해 이 섬에 ‘여신님’ 이 계신다며 이야기를 지어 들려 준다. 그리고 여신님 이야기로 안정을 찾은 순호가 배를 고치기 시작하자 다 함께 여신님을 믿기로 하며 공동의 규칙을 만들기에 이른다.
입장하기도 전에 대본집을 샀고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는 펼치지도 않았는데 둘 다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부터 하겠다. 일단 한국어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그야말로 절묘하게 살려 놓았다. 특히 ‘혹시나 - 혹시 나?’ 가 정말 짜릿했지... 6.25 전쟁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을 가진 이야기임을 생각하면 이 극이 그렇게 했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고통스러운 배경을 어떻게든 아름답게 풀어 낸 것이니까.
또한 이야기와 상상의 힘을 예술 창작 활동이라는 맥락 ‘밖에서’ 논한다는 점도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영범이 지어 낸 이야기는 상상의 산물이고 여기까지는 예술 작품들과 마찬가지지만, 여신님 이야기는 사실 극 중 현실에서 예술로 여겨지지 않을 어떤 것이다. 그러나 이 상상 속 여신님이 생겨남으로써 무인도의 - 즉 이 군인들의 삶은 그럭저럭 평화와 안정을 찾게 된다. 그래서 주화가 그들에게 춤을 가르쳐 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들이 그런 것 - 생존 이상의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니까.
아무튼 극 자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보고 싶다. 그래서 아마 또 볼 듯 한데 기간도 길고 하니 천천히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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