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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일 20시, 드림 아트 센터 2관.
루이스, 앤: 임찬민.
잭, 메리: 현석준.
스페셜 커튼 콜 - ‘졸리 로저’.
특정 캐릭터가 쓴 글의 내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극이 가끔 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극 상당수가 그렇다 - 어떤 극은 특정 캐릭터가 쓴 대본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어떤 극은 특정 캐릭터가 쓴 편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전체 내용이 루이스가 자신의, 어쩌면 아버지 것까지 합쳐서 항해 일지를 기반으로 해 쓴 소설일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있다. 루이스의 모티브가 <보물섬> 을 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라는 가정에 기초한 해석이다 (이 극이 배경으로 하는 시대와 스티븐슨의 생몰 연대의 차이가 100년이 넘는다는 점은 일단 미뤄 두고).
이렇게 생각하면 극 이후의 루이스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해적들을 기록하고 추억하는 동시에 소문과 악담, 나아가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서 싸우는 삶을 살게 된다. 잭과 앤과 메리는 진짜 목격자의 기록으로나마 영영 남게 되는 것이고.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와중에 아주 조금 위안이 되는 결말이기는 하다. 창작물이 가지는 힘이 어떠한지를 생각하면 좀 더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그게 이미 죽어 버린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 극의 해적들이 소수자의 메타포라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남았다는 사실 자체로 기뻐할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그건 너무 슬픈 이야기이다. ‘밧줄 춤’ 을 추기 직전의 잭이 말한 대로 ‘호러 엔딩이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까지 공연 자체에 몰입해 보기도 또 처음이었다 (사실 처음이 아닌 것 같지만 이전의 경우는 무대라는 공간에서 나오는 어떤 것에 압도된 경우일 수도 있겠다). 우선 ‘가만 안 둬’ 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 리프라이즈에서 눈물이 터졌다. 커튼 콜까지 다 끝나고 나왔더니 너무 당이 떨어지고 허기가 져서 지인 분이 주신 쿠키와 초콜릿을 급하게 먹어야 했다. 이걸 보기 위해 스터디 모임을 하루 빠지고 다음 날 1교시 수업 내내 졸다시피 해 버렸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했다.
- 다른 배우님들을 보지 못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 날 공연은 친구 분의 호의로 나눔을 받아 봤던 것이니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은 투정이 된다. 무엇보다도 그 분도 나에게 다른 배우님 회차를 보여 주지 못했다는 걸 많이 아쉬워 하고 게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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