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9년 5월 29일 15시, 세종 문화 회관 M 시어터.
샤일록: 김수용 (* <명동로망스> 이중섭 역).
안토니오: 주민진.
포샤: 유미.
바사니오: 허도영.
제시카: 이연경.
로렌초: 한일경.
그라시아노: 김범준.
네리샤: 우현아.
란슬롯 고보: 박선옥.
앙상블: 왕은숙, 권명현, 주성중, 오성림, 원유석, 임승연, 박정아, 이신미, 이경준, 신대성, 고준식, 박원진, 정선영, 심욱, 장현동, 박좌헌, 박재은, 이예나, 김경화, 박현선, 이미주, 최하현.
* 원작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
이 극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일단 서곡이 정말 좋았다. 현을 활로 문지르면서 나는 그 어마어마하게 강렬한 음 때문에 그렇다. 맨 앞이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내 취향일 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그 뒤로는 넘버에서 별 대단한 건 없었다. 서곡을 커튼 콜 때 다시 틀어 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원작이 원작인지라 그 쪽 이야기는 또 할 게 많다. 나는 처음부터 샤일록 편에 이입하며 봤다 - 정확히 말하면 샤일록이 방백으로 안토니오가 자기에게 한 짓을 말할 때부터 그랬다. ‘내가 너희들이랑 다를 게 뭐야’ 하고 절규할 때, 그리고 법정 장면에서 이게 극에 달했다. 법정 장면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돈을 빌렸다가 곤란해진 사람들을 도와 주기도 했다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 의견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건 그냥 곳간에서 인심이 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실 심장 가까운 곳 살을 내놓으라느니 하는 증서는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그렇게까지 할 지경에 이른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정작 가장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는 제시카 (샤일록의 딸) 였지만. 생각해 보시라. 유대인 (인종에 있어서 소수자) 인 데다 또 여성 (젠더에 있어서 소수자) 이니 그가 겪은 부당한 일들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분명히 장르 분류는 희극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웃을 데는 정말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극의 만듦새가 별로였다는 걸 제외하고도 꽤 갑갑한 두 시간이었다. 나는 이것이 이 작품이 고전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을 한 마디 - ‘셰익스피어 선생님, 비극만 쓰시지 그러셨어요...’
- 아, 그리고 안토니오의 비중이 예상보다 적었다. 사실 주인공이 바사니오인 건가 싶기도 했고 배우님의 차기작을 봐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더 나왔으면 내 기분이 별로였을 거 같으니 그의 비중에 대해서는 더 뭐라 하지 않을 생각이다.
- 샤일록이 그간 참아 온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배우님이 이걸 정말 잘 표현하신 것 같다. 바사니오 역 배우님은... 음... 잘생기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