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

<파가니니> (2회차)

루나 in Learning 2019. 4. 7. 16:58

*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9년 3월 31일 14시, 세종 문화 회관 M 시어터.

파가니니: KoN (콘).

루치오 아모스: 김경수. *

콜랭 보네르: 이준혁.

아킬레: 박규원. *

샬롯 드 베르니에: 유주혜.

앙상블: 박민희, 박수현, 김요한, 조영아, 사다빈, 윤영석, 윤혜경, 김진식, 이도희, 이광표.

 

나는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건지가 이야기에 안 나오는 악역 캐릭터들을 ‘이야기 속 역할’ 이라는 측면에서 꽤 좋아한다. <레드북> 의 존슨과 <마리 퀴리> 의 루벤이 그러했으며 이 극에서는 콜랭이 그러하다. 그리고 느낌 상 지난번의 콜랭보다 이 날의 콜랭이 더 강했다. 아무래도 지난번과 달리 이 날은 저 사람이 나쁜 놈이라는 생각을 좀 덜 하고 봐도 돼서 그렇게 느낀 모양이다. 처음 보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다른 배우님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샬롯의 경우 지난번이든 이 날이든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고 그걸 하기 위해 능동적인 행동을 했다. 여기까지는 같지만 지난번의 샬롯은 좀 주변 상황에 끌려 가는 느낌이었다. 싫지는 않았다. 현실이라면 이 쪽에 더 가까울 테니까. 이 날의 샬롯은 감정 표현이나 하고 싶은 말은 하는데 그걸 제대로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 사단이 난 쪽에 가까워 보였고. 아무튼 결론적으로 나는 이 극에서 의미 있는 로맨스는 전혀 없다고 느꼈다. 콜랭과 샬롯에게서는 그러한 것을 느낄 여지가 전혀 없었고, 파가니니와 샬롯의 경우는 그냥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았기에 생각보다 더 특별해 보이고 빛이 나 보이는 그런 사이였다.

샬롯이 대체 왜 분홍색 옷을 입고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최소한 이 극에서는 그게 그렇게 생각할 부분인가 싶다. 먼저 분홍색이라는 색과 레이스와 리본은 죄가 없다. 그 자체로 욕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또 가만 보면 이 극은 파가니니, 샬롯, 아킬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까만 옷을 입는다. 콜랭은 끔찍한 소문을 만들어 내고 퍼뜨리는 인물이고 루치오와 (앙상블 배우님들이 표현하는) 대중은 그 소문을 그대로 믿어 버리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아킬레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인물이고 샬롯은 파가니니와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동료 관계였던 인물이다. 그러므로 이 극에서 샬롯의 옷은 그가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인물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킬레는 이 극에서 그나마 좀 밝은 부분들 - 예를 들면 술집 장면 - 을 보여 주는데, 잘 생각해 보면 과거 장면들에서 그와 루치오 사제가 같이 있는 적이 없다. 게다가 이러한 방법으로 관점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실존 음악가 이야기에서 ‘듣는다는 것’ 을 깊이 있게 다룬 것과 비교되게 ‘본다는 것’ 을 다루었다는 점이 꽤 재미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보고 이입하고 있는 것마저도 아킬레의 관점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까지 포함해서. 그냥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러 가도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거리가 생각보다 많다는 게 참 즐거웠다.

 

- 콜랭, 샬롯 역은 이 날로 전 캐스팅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