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회전 극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초연 (5회차)

루나 in Learning 2019. 1. 31. 23:48

201911318, 대학로 JTN 아트 홀 1.

루트비히: 이주광.

청년: 강찬.

마리: 김지유.

발터 외: 차성제.

피아니스트: 강수영.

 

리뷰를 쓰면서 여러 차례 말한 것 같지만, 나는 로맨스 요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대체로 로맨스 요소가 없는 작품들을 편하게 봐 왔고 명확하게 로맨스가 있거나 그렇게 볼 여지가 있다 쳐도 굳이 그 쪽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 점에서 이 극은 아주 편했다. 왜냐 하면 마리와 베토벤의 관계는 서로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며 여기에는 사랑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둘 다 그런 거 할 시간이 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한 명은 건축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온 세상을 돌아다녔고 또 한 명은 지금의 내가 매일같이 듣고 있는 그 곡들을 썼으니까. 그런데 적어도 이 극 안에서는 그들이 서로를 생각하면서 그 기나긴 세월을 그렇게 보냈다는 게 참 재미있는 부분이다. 장년 루트비히가 말했듯 꿈을 꾼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니 그렇게 꿈을 이어 나갈 힘을 얻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외로움을 달랬거나.

내가 확실하게 바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 다른 사람들은 웃음이 터지는 지점에서 내가 그렇지 않을 때가 늘었기 때문이다. 안 웃는 게 맞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공연을 보다 보면 진심으로 안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인 부분이 가끔 있다.

너무 많은 것이 빠르게 읽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정리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이 극은 특히 그렇다 - 무대의 형태나 배우님들의 동선이나 캐릭터 간 관계성 같은 것들이 다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는 단계라 더더욱. 아예 한 번 작정하고 그것만 정리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많다. 이 외에도 체력과 정신 건강과 일정을 따지다 보니 조만간 이 극이 끝나면 관극 자체를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열심히 달렸으니 한 번 보고 끝낼 것들을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라도 말이다.

 

- 나의 마수에 걸려 든 지인이 결국 이 회차를 보러 왔다. 하우스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좋아하는 걸 보며 더 걱정했는데, 커튼 콜이 끝난 뒤 어땠냐고 질문을 했더니 정말 좋았다고 답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