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회전 극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초연 (1회차)

루나 in Learning 2018. 12. 9. 02:22

2018112920, 대학로 JTN 아트 홀 1.

루트비히: 이주광.

청년: 김현진.

마리: 김려원.

발터 외: 함희수.

피아니스트: 강수영 (* <인터뷰> 의 피아니스트).

 

나는 이 극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 달 넘게 내용이 어떨지 예상하고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어? 대체 이 사람 이야기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하는 것을 반복하며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나한테는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한 이야기였으니까 (<빈센트 반 고흐> 이상으로!). 그러다가 어느 잠 안 오던 새벽 피곤에 전 채로 프리뷰 회차 예매를 해 버렸다. 이 글은 그 프리뷰 회차의 후기다.

시놉시스와 설명만 들으면 대단히 혼란스러운 멀티 캐릭터들이 난무한다. 간단히 말해 보자면... 배우 기준으로 장년 루트비히가 초반에는 자기 아버지이기도 하고 청년 루트비히는 후반에 자기 조카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극을 보면 이렇게 헷갈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윌리엄이 의상과 극적 공간까지 다 바꿔 가면서 15역을 하는 <최후진술> 에 비하면 이건 꽤 편했다. 최소한 극적 공간이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베토벤의 집 안이었으니까.

또 마리가 생각 외로 대단한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가 도대체 어떠할 것인가가 걱정이기도 했는데, 대사가 좀 다듬어지지 않은 듯 하고 이야기에서 다소 붕 뜨는 느낌이 있다는 걸 제외하면 매우 괜찮았다 (그리고 사실 이 극은 루트비히를 제외한 모두가 붕 뜬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한 캐릭터이고 - ‘저는 인생을 담는 건축가가 될 거에요’ - 로맨스 요소가 없으니까. 후자는 있다 쳐도 (<레드북> 마저 로맨스를 빼고 읽으려 한 적이 있는) 내가 무시했겠지만.

그렇긴 한데, 나한테는 정말 좋았는데, 정작 자신 있게 추천할 수가 없다. 트리거 요소가 될 만한 게 좀 많아서다. 더 슬픈 건 표현이 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는 있어도 그러한 요소들의 등장 자체를 뭐라 할 수 있는 극은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 하면 이건 정말로 그랬으니까.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그 곡이 (대형 스포일러) 장면에 나오는 건 정말... 정말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고... 그 때의 나는 그게 다 사실이었음을 알면서도 안 돼!’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상당한 노력을 해야 했다...

묘하게 기억이 조작되는 기분도 들었다. 특히 장년 루트비히가 청년 루트비히의 귀를 손으로 막으면서 시작하는 넘버와 마리가 프록 코트를 입고 나오는 후반 장면에서 더더욱 그랬다. 그것만 보면 이 극이 정말 명작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닌데. 어쩔 수 없다. 이 글은 그냥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실존 예술가가 무대 위에 있다는 사실 자체에 신이 나서 아무렇게나 쓰고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내가 관극을 하고 나서 쓰는 다른 글도 다 그렇지만 이 글은 특히 더 편파적일 수 있다...

 

- 이 날 티켓 부스에서 문제가 생겨 공연 시작이 20분 늦어졌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나의 귀가는 30분 늦어졌다.

- 피아니스트 분이 연기를 하시는데, 이 분이 맡은 캐릭터의 정체가 상당히 큰 스포일러다. 나에게는 초반부터 많이 명확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