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8년 10월 21일 14시, 백암 아트 홀.
제루샤 애버트: 유리아 (* <레드북> 안나 역).
저비스 펜들턴: 강동호.
* 원작은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
예매 사이트의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한참을 헤맸고 동네 ATM에서 무 통장 입금이 잘 안 되는 바람에 ‘취소 후 재 예매’ 를 세 번이나 했다. 그래서 이 극의 예매가 4일이나 먼저 열렸는데도 <명동로망스> (10월 12일) 와 예매 날짜가 같다.
원작을 알고 보는 경우에는 정말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정말 어릴 때 읽었던 작품이다 보니 대략의 흐름만 기억이 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정도 재해석은 매우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저비스는 제루샤가 누구든 어떻든 상관 없으며 재능 있고 똑똑하며 배울 권리가 있다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한다 (적어도 궁금증을 못 이겨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제루샤는 마지막 넘버 때 자기 후원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화를 낸다 - 친구 의견인데, 대본 아니었으면 저비스가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전자는 2018년의 관객을 고려해서, 후자는 원작의 해당 장면에 개연성 있게 덧붙인 부분인 듯 하다.
캐릭터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 제루샤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여 화가 날 때 확실하게 화를 내고 기뻐할 때 확실하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호불호가 확실하고 맺고 끊는 것도 확실한 그런 느낌이었다. 저비스는, 글쎄, 정말 우리가 ‘키다리 아저씨’ 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이미지였다. 어른스러운 모습이지만 동시에 여리다는 느낌도 확실히 있었고. 요컨대 매우 개연성 있는 재해석을 거친 제루샤와 원작에 가까운 저비스였다.
무대도 꽤 재미있었다. 제루샤의 공간과 저비스의 공간이 안과 밖이라는 기준으로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그렇지만 저비스가 몇 번 나오기는 한다. 제루샤가 들어가는 건 마지막 넘버 때). 또 트렁크들을 이리 저리 옮겨 가면서 무대를 만드는데, 두 사람이 함께 산을 오르는 장면이 이 트렁크 사용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관객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만.
그리고 사담 하나. 제루샤가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하는 넘버가 있는데, 이 때 ‘심리학자’ 가 나온다. 극장 안에서는 굉장히 놀랐는데, 생각해 보니 이 작품은 원작부터가 20세기 초반 배경이다. 더 했다가는 뭔가 굉장히 외운 듯 한 말을 쏟아 낼 것 같으니 그만 하겠다.
-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1회차 때 받았던 악보는 이 날 극장에서 친구를 만나자마‘자 바로 줬다.
- 제루샤 역 배우님이 막이 올라갈 때마다 객석 쪽에서부터 입장했다. ‘누가 매너 없게 지연 입장 하냐’ 했는데 알고 보니 배우님이어서 엄청 뻘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