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2회차)
2018년 10월 11일 20시, 아트원 시어터 2관.
엠마: 유연.
스톤: 이휘종.
미아: 임예슬.
버나드: 최석진.
<명동로망스> 를 처음 보기 전날 (10월 4일) 이었다. 결국 아니게 되었지만 일단은 그랬다. 그 날 오전에 나는 통계에 절여졌고 오후에는 생물 (정확히는 특히 뇌) 에 절여졌다. 그래서 목요일 저녁 무렵에는 심하게 피곤해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 다음 목요일은 휴강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왜인지 모르게 관극을 하고 싶어졌다. 여기에 재 관람 할인을 받으면 표 값이 얼마나 덜 드는지 보고 나는 이 극을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보다시피 지난번과 전혀 다른 캐스팅이다. 그래서 2주 전에 보았을 때의 배우님들과 어떻게 다른지 위주로 보았던 것 같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때 원작과 비교하는 느낌이기도 했는데,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었다. 이 경우는 2주 전 공연과 이 공연 중 어느 쪽만이 원래의 텍스트일 수 없다는 것이다 - 시간의 차이와 구현하는 배우의 차이만 있을 뿐 둘 다 원본이라는 의미다.
이 날 엠마 역 배우님은 첫 넘버에서부터 온 무대를 묵직한 슬픔으로 꽉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스톤에게 좀 더 부드럽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이게 또 전혀 다른 의미로 극한의 대비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 배우님의 엠마는 미아 이야기를 할 때 이 사람이 아까 말도 안 되게 무겁고 슬프던 그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행복해 했다. 스톤은 좀 더 로봇 같았다. 작동음도 냈다. ‘그랬구나, 지난번 배우님 해석이 너무 달달했던 거구나’ 로 이해했다.
미아와 버나드에게도 관심을 줘 보자. 지난번의 미아는 엠마의 딸이라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젊은 엠마로서의 모습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버나드는 이 날 배우님의 해석으로는 호들갑이 심하다고 해야 하나 싶었고.
이미 내용을 알고 보다 보니 음악도 더 잘 들렸다. 피아노 3중주에 타악기를 추가한 편성이라는 걸 알고 들어서 그런 듯 하지만. 특히 스포일러 장면에서는 아예 클래식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 정말 처절하고 강렬한 장면이었는데 (특히 지난번에 더더욱), 미안하다. 내 묘사력이 이거 밖에 안 된다.
결론은, 정말로 또 보니까 왜 그러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분명히 똑같은 텍스트를 보고 들었는데 그걸 구현하는 사람이 다르니까 느낌이 확 다르다. 역시 인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변수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실감하게 될 줄은...
- 미아와 버나드 역은 이 날로 전 캐스팅을 봤다. 모든 엠마와 스톤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너무 아쉽다!
- 여기까지 말했다가는 내가 정말 구질구질해질 거 같아서 본문에는 안 썼지만, 이 날 엠마는 첫 넘버에서 리모컨을 왼손에 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구질구질함을 희석해 보자.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버나드에게 이름을 물어 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게 지난번에 봤던 배우님만 하는 디테일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