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연성 관련
작품 속 범죄의 불편함
루나 in Learning
2018. 8. 31. 13:08
남성만 골라 죽이는 여성 연쇄 살인범과 천재 여성 형사의 대결 구도가 보고 싶다는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곱씹어 생각할수록 그들이 좀 부러워졌다. ‘그런 거에서?’ 싶겠지만 지금 나는 진지하다.
범죄나 범죄 수사를 다루는 작품들에서 피해자의 존재와 고통은 지워지게 마련이다. 언제나 범죄자와 형사, 그리고 그들의 대결만이 조명된다. 피해자의 고통이 등장하더라도 대체로 그가 사적 제재를 택하게 하는 하나의 동기가 될 따름이다. 내가 그런 이야기에서 쾌감을 느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나와 학교 폭력 생존자인 내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 - 부끄럽게도 얼마 안 된 일이지만 - 폭력을 다루는 작품들이 조금 불편해졌다. 무조건 다루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어떠하며 어찌 되는지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다. 여기서 소재를 다루는 목적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2018년 8월 30일, 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