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연성 관련

남의 글을 읽을 때

루나 in Learning 2018. 8. 19. 14:43

요 몇 달 들어 남이 쓴 글을 읽을 때면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든다. 좋은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기쁘고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맛이 쫄깃하다 (묘사가 좋다 싶으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나 자신이다. 나는 잘 짜인 것들 - 만듦새가 좋은 이야기나 음악이라든가 뭐 그런 거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그런데 이제는 그 글이 좋은 동시에 내가 쓰는 글에는 절대 영향이 없기를 바라게 된다. 어떤 글을 읽었든 상관 없이 내 글이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내 것으로 남았으면 좋겠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 말하자면...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나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겠다. 일단은 꽤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상담 심리사를 지망하는 심리학도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만약에 그 일을 하게 된다면 일을 할 때와 일을 하지 않을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니까.

동시에 글을 쓰면서는 굉장히 당연한 태도이기도 하다. 진지하게 이것을 업으로 삼을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안 된다. ‘나의 것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래야 한다.

 

2018816, 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