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1446>
*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 ‘*’ 표시를 한 ‘앙상블 역 배우님들’ 은 모두 <파가니니> 의 앙상블 역으로 본 적 있습니다.
2019년 10월 9일 18시 30분, 국립 중앙 박물관 극장 용.
세종: 박유덕 (* <빈센트 반 고흐> 테오 반 고흐 역).
태종: 고영빈 (*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
소헌 왕후: 정연 (* <사의 찬미> 윤심덕 역).
전해운: 이경수.
양녕 대군, 장영실: 박정원 (* <어린 왕자> 타이틀 롤).
운검: 이지석.
앙상블: 이호진, 이정훈, 문지훈, 조은서, 조영아 * , 신승훈, 정성재, 윤혜경 * , 김진식 * , 오형규, 양성령, 우미나, 김현기, 염원서, 하도빈, 김재희, 김은서, 정지원, 최경식, 김하연, 신재현.
한글날에 보기로 한 것은 만약을 대비하여 어떻게든 감동할 거리를 늘려 보겠다는 의도였다. 설마 훈민정음 창제 및 반포를 언급하지 않을 리는 없으니까 그걸 어떻게 잘 보여 준다면 많은 것들을 용서할 수 있겠지... 정도의 생각이었다.
처음 느낀 바를 그대로 말하자면 굉장히 오페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 하면 음악 극의 노래들을 크게 분류한다고 쳤을 때 ‘아리아’ 에 해당할 것 같은 넘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나의 의견이다). 뭔가 집중이 되다가 말다가 하는 기분이었던 게 그래서였나 싶어지기도 했고.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다면 쇼 스타퍼가 그냥 쇼 스타퍼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극 중간에 일식이 일어난 것을 두고 달이 해를 삼켰으니 왕후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느니 어쩌니 하는 정치적인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거기서 장영실이 나타나 광대들의 놀이 판 한가운데서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한다거나 소헌 왕후가 달은 해를 ‘품는’ 것이지 삼키는 것이 아니라고 답답해 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었다 (둘 다 이후 해당 캐릭터들이 각각 무엇을 하는지 따져 보면 꽤 의미심장한 장면들이다).
그리고 아까 이야기 했듯 훈민정음 창제를 어떻게 표현하려는지 참 궁금했는데, 아예 해당 장면의 넘버를 진행하는 동안 하얀 옷을 입은 배우의 독무로 나타내 버렸다 (<파가니니> 에서 간간이 파가니니의 천재성을 나타내는 독무가 있었던 것이 생각 났다). 하기야 그 프로젝트 자체가 타인에 대한 어떤 이해를 기반으로 하였을 것임을 생각하면 아주 괜찮은 표현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그냥 넘어가는 장면이 없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규모가 크면서 동시에 잘 짜인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니까.
- 아, 그리고 나는 그 시대의 백성이 아니라 2019년의 시민이지만 훈민정음 창제 및 반포 하나만으로도 세종이 존경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군주로서는 아니지만 언어학자로서 말이다. 이는 내가 바로 그 문자는 아니지만 그것을 기반으로 한 문자를 매일 같이 읽고 쓰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