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

<팬레터>

루나 in Learning 2020. 1. 8. 01:26

* 다른 극에서 본 적 있는 배우님은 뒤에 ‘*’ 표시를 했습니다.

 

2019111714, 두산 아트 센터 연강 홀.

김해진: 김재범 (* <사의 찬미> 사내 역).

정세훈: 백형훈 (* <최후진술> 갈릴레오 역).

히카루: 김히어라 (* <마리 퀴리> 안느 역).

이윤: 정민 (* <사의 찬미> 사내 역).

이태준: 양승리.

김수남: 이승현 (* <최후진술> 갈릴레오 역).

김환태: 권동호.

 

이 극은 내 취향 문제 이전에 정말 많이 궁금했다. 주변 지인들이 어느 사이에 다들 보고 와서 많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궁금해지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고 페어도 심혈을 기울여 가며 나름 재미있게 내지는 인상 깊게 봐 왔던 배우님들로 열심히 맞췄다. 이 현란한 다른 극리스트는 그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분위기 자체나 넘버는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시대에 순수 문학 활동을 한다는 것부터가 어찌 보면 일종의 치열한 삶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약간 위로가 된다는 느낌 마저 들었다. 그리고 사실 무엇인가가 많이 변하고 있는 시대 자체가 참으로 흥미로운 소재이기는 하지 않은가... 내가 아무래도 이 사실을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애매했던 것은 그래서 히카루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공연 내용만 따져서는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실재하지 않는 정세훈의 일부인 게 극이 좀 앞뒤가 맞을 텐데 (해리성 정체감 장애로 생겨난 부 인격으로 보는 해석도 있었으니까) 일부 장면들에서는 그렇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굉장히 애매하게 흐려져 있다고나 할까...?

또 정말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이 있다면 히카루가 여자 배역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 같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의 존재감을 만들어 내 지금이 2019년임을 자신들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최선을 다 해 어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짜증이 났다. 물리적으로 실재하지도 않는 존재한테 성별이 있을 리 없는데 이 극의 창작진이 히카루를 무슨 경성 목 본정 2정목 위생 병원에 입원해 있는 폐결핵에 걸린 습작생 쯤으로 생각하고 있나 싶었다.

꼭 이 극만 가지고 하는 말도 아니다.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상업 예술이라지만 지나치게 관객을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이 분위기에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 같지만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 ‘치열한 삶하니까 생각 나는 건데, 스핀오프 비슷한 느낌으로 7인회 멤버들이 명일 일보 편집실에 모여 있는 일상을 보여 주는 작품이 있다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는 보고 싶다. 어째 대놓고 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보고 싶다